다산 1, 2
이 책과 더불어 정약용의 '유배지에서 보낸 편지'를 읽어 보았는데, '유배지에서 보낸 편지' 와는 다른 느낌을 한승원의 '다산'을 읽으며 받았다. '유배지에서 보낸 편지' 에서 느껴지던 정약용의 모습이 근엄하고 가부장적이었다면, 그에 반해 '다산'에서는 정약용의 일생을 향토적이게 표현하여 쉽게 다가갈 수 있게 해 주었다. 그 또한 젊은 시절 이벽과 동행하며 진리를 좇았으며, 향사례를 기념하는 의미에서 시행한 활쏘기에 참여하여 창피를 당한 적도 있었다. 이러한 그의 인간적인 면모가 책을 흥미롭게 읽을 수 있게 도와주었고, 그의 언행에 공감과 때론 비판을 하며 나의 생각도 덧붙이며 읽을 수 있는 원동력이 되어준 것 같았다.
책의 서문에서도 보여 지듯, 정약용은 천주학과 성리학이라는 학문을 혼합하여 받아들였다. 우주의 이치가 담겨있는 '주역' 을 학문할 때, 그는 성리학이라는 학문과 그에 반대되는 또 다른 학문인 천주학을 참고하여 그 자신만의 진리를 탐구하였다. 또한 한때 천주학에 깊이 매료되기도 하였으나 성리학을 끝내 버리지 않았다. 자신이 정통한 학문만을 익히는데 그치지 않고, 신학문을 향해 고개 숙이고 언제든지 겸손한 배움의 자세로 돌아가는 그의 학자다운 자세가 부러웠고, 존경심마저 들었다. 하지만 정조 임금의 승하 이후 정약용이 점점 작아진다는 느낌이 들었다. 국가에서 천주교도들을 탄압하자 자신의 친척마저 외면하는 그에게서 이전의 자신감 넘치는 모습은 더 이상 보이지 않았다. 나의 작은 영웅이 더 작아지는 것을 보며, 정조 임금이란 하나의 '허방'의 중요성을 실감할 수 있었다. 또한 "정조 임금이 오래 살아서 실학자들이 자신감을 잃지 않고 당당히 자신의 정치계획을 주장하도록 조력자가 되었다면 조선의 미래는 어떻게 되었을까?" 라는 의문도 남았다.
다산을 읽으며 정약용을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볼 수 있었고, 그를 통해 많은 교훈을 얻을 수 있었다. 그의 시대에는 많은 어려움이 도사리고 있었지만, 그 어려움이 그를 조선 최고의 실학자 중 한명으로 만들어 준 것이라고 생각한다. 다산의 죽음으로 책을 끝내며 나 또한 다산처럼 행동하고 다산처럼 생각하고 싶다는 소망이 생겼다.
벙어리 삼룡이
나는 사랑이란 진심으로 좋아하고 그 사람을 위해서라면 무엇이라도 할 수 있고 순수한 애정이라고 생각한다. 삼룡이의 사랑도 내가 생각하는 사랑과 같았다. 시대적 상황과 신체적 어려움으로 감히 말조차 건넬 수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끝까지 사랑하는 사람을 지켜주는 삼룡이의 사랑은 진정으로 순수한 애정이었다.
현대에는 서로간의 의사에 의해 만나고 결혼한다. 따라서 서로 정이 있고 진정으로 사랑하는 사람들 끼리 만난다. 하지만 옛날에는 결혼을 할 때에 서로의 의사를 듣지 않고 가문의 신분이나 재산을 기준으로 집안의 어른들에 의해 결정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서로간의 정과 사랑으로 이루어진 것이 아닌 문벌이나 부의 기준으로 타인의 의해서 결정되는 결혼이었다.
이처럼 주인아들과 주인아씨도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벙어리 삼룡의 주인아씨에 대한 사랑은 진정으로 순수한 애정이었다. 하지만 삼룡이와 주인아씨는 신분적 차이로 인해 이루어 질수 없었다. 결국 삼룡이는 몰매를 맞고 쫓겨났다. 얼마 뒤 주인집에 불이 났다. 불속에서 주인과 주인아씨를 구한 후 죽어가는 삼룡이의 마지막 미소는 주인아씨를 순수하게 진정으로 사랑했지만 신분적, 신체적 차이로 인해서 이루어 질수 없었던 삼룡이의 사랑은 안타깝게 느껴졌다.
더욱이 자신이 그토록 믿었던 주인마저 자신을 버렸음에도 불이 난 뒤 주인먼저 구한 삼룡이의 행동은 나에게 더욱 안타깝게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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